은퇴 4년 만에 '살인자'로 전락한 농구 천재의 비극

 2013년 6월 26일 아침, 경기도 화성시의 한 주택에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전직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 그는 함께 살던 처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 완전범죄를 계획했지만, 증거 인멸 과정에서 경찰에 발각되어 범행 일주일 만에 체포되었다.

 

한때 한국 농구계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정상헌이 은퇴 4년 만에 살인자로 전락한 배경에는 그의 불안정한 정신력과 좌절된 인생이 자리하고 있었다. 키 192cm의 포인트 가드였던 정상헌은 정확한 패스, 넓은 코트 비전, 높은 점프력, 뛰어난 득점력을 갖춘 선수로 허재를 능가할 농구 천재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달리 정신력은 취약했다. 고려대학교 농구부에 입단한 그는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숙소를 무단이탈하는 일탈을 반복했다. 체중은 120kg을 넘었고, 출석 미달로 결국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재능을 아낀 프로팀들은 기회를 주었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대구 오리온스에 지명된 정상헌은 20kg 감량에 성공하며 재기를 꿈꿨지만, 또다시 부상을 핑계로 숙소를 무단이탈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임의 탈퇴 처분을 받았다.

 

2006년, 은사인 유재학 울산 모비스 피버스 감독이 그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정상헌은 입단 1년 만에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하며 재기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전역 후 훈련에 불성실하게 임했고 결국 2009년 방출되어 은퇴했다.

 

은퇴 후 정상헌의 삶은 더욱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수입이 끊긴 그는 처가에 얹혀살게 되었고, 자존감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아내의 쌍둥이 언니인 처형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가족 공동명의로 소유한 상가 권리금을 두고 처형과 자주 다투었고, 이 과정에서 처형은 생활력이 떨어지는 정상헌을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

 


비극은 2013년 6월 25일 일어났다. 처형이 정상헌에게 "너 같은 놈을 만날 것 같아 시집 안 간다"는 막말을 했고, 이에 분노한 정상헌은 돌이킬 수 없는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처형의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이틀간 차에 싣고 다니다가 집에서 약 9km 떨어진 오산시의 야산에 암매장했다.

 

정상헌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아내에게 "힘든 것 정리하고 돌아오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처형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범행 5일 후인 7월 1일에는 아내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가 처형의 실종 신고까지 접수했다.

 

그러나 범행에 사용한 처형 명의의 차량을 서둘러 처분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의심을 샀다. 경찰은 정상헌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출석을 요구했고, 그는 결국 "처형이 날 무시해 홧김에 살해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이후 정상헌은 "아내가 처형을 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진술을 번복했지만, 경찰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형제지간에 싸우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살인을 교사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2014년 1월, 1심 재판부는 정상헌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처형을 목 졸라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려고 시신을 유기했으며, 자신의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해 유족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준 점" 등을 엄중하게 판단했다. 정상헌은 항소하여 같은 해 4월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으로 감형받았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현재 정상헌은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51세가 되는 2033년에 출소할 예정이다. 한때 한국 농구의 미래로 불리던 천재 선수가 자신의 약한 정신력과 충동적 분노를 이기지 못해 살인자로 전락한 비극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