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알루미늄에 새긴 '정적의 물결'
조각가 박상수가 서울 종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자신의 열일곱 번째 개인전 ‘호기심의 멜로디, 자연의 선율’을 선보이며 대중과의 소통에 나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온 자연과 음악이라는 두 가지 감각적 요소를 조각이라는 물리적 매체로 통합해낸 결과물이다.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일상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청각적 신호들을 포착해 이를 정지된 조형물로 고정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의 리듬을 시각화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안한다.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복잡한 이론적 설명 없이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작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박상수는 현대조각이 지닌 난해함을 걷어내고, 자연의 흐름과 음악적 선율이 교차하는 지점을 자유로운 조형 언어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사유할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관람객의 정서와 부드럽게 공명하며 일종의 심리적 안식처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들은 소재와 형태 면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보여준다. 알루미늄을 주재료로 사용한 ‘정적의 물결’은 거대한 원형 면 위로 일렁이는 물결의 움직임을 형상화하여 고요하면서도 역동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또한 대형 설치 작업인 ‘아를르의 여인을 위한 심포지움’은 관현악기의 형태와 그물망 날개를 가진 여인상을 결합해 마치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을 연주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울처럼 매끄럽게 빛나는 곡선이 돋보이는 ‘내일의 내일’ 역시 작가 특유의 세련된 조형미를 잘 보여주는 수작으로 꼽힌다.
박상수 작가에게 자연의 소리는 단순한 물리적 진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자연의 소리가 인간의 기억과 경험을 자극하고 깊은 사유로 이끄는 매개체라고 믿는다. 음악적 리듬과 멜로디는 관객이 자연의 변화무쌍한 움직임 속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예술 작품과 연결해주는 유연한 다리가 된다. 작가는 소리라는 무형의 가치를 조각이라는 유형의 실체로 변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과의 교감을 회복하고자 한다.

작가는 전주대학교 미술학과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하며 탄탄한 기초를 다졌다. 1997년 중앙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16회의 개인전과 100여 회에 달하는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꾸준한 창작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한국조각가협회와 전주조각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과 중앙 미술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오랜 세월 다듬어진 숙련된 기술과 자연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결합되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는 5월 31일까지 종로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계속된다. 관람객들은 금속과 돌이라는 딱딱한 재료 속에서 피어난 부드러운 선율을 감상하며, 자연이 건네는 위로를 만끽할 수 있다. 작가는 전시 기간 중 현장을 찾는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자신의 조형 철학을 공유할 예정이다. 자연의 소리를 조각으로 듣는 이번 전시는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예술이 주는 정적과 리듬에 몰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