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한계 넘은 예술, 김재령 초대전 열려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어갈 신진 작가들의 성장을 돕는 갤러리전이 김재령 작가의 초대전을 개최한다.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전의 '신진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된 작가 중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한 이를 다시 조명하는 '신진작가 리뷰전'의 일환이다. 개관 이후 22년 동안 유망한 예술가를 발굴하는 데 힘써온 갤러리전은 단순히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일회성 지원에서 벗어나, 작가가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동행하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김재령 작가는 지난 2022년 갤러리전의 신진작가전을 통해 미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데뷔 당시 그는 여성의 형상과 특정 공간을 매개로 꿈과 기억이 교차하는 서정적인 분위기를 화폭에 담아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초대전은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작가가 그간 치열하게 고민해온 회화적 세계관이 어떻게 확장되고 단단해졌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다. 인간 존재를 둘러싼 감각의 변화와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삶의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들이 더욱 깊이 있는 색채와 구도로 구현되었다.

 


작가의 작품 세계가 변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과거 겪었던 신체적 시련에 있다. 신경 손상으로 인해 한동안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던 고통의 시간은 그에게 신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물했다. 몸을 단순히 의지를 수행하는 도구로 여기던 과거에서 벗어나, 신체 그 자체를 존재의 본질이자 생명력을 담는 그릇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신체가 지닌 필연적인 한계를 긍정하며,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삶을 온전히 수용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캔버스 속 인물들은 정적인 침묵 속에 머문다. 창가에 기대어 저무는 노을을 응시하거나 책장 너머의 세계로 시선을 옮기는 이들의 모습은 관람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제안한다. 때로는 얼굴이 가려지거나 신체의 일부만 강조되는 연출을 통해 존재의 익명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곁을 지키는 고양이나 식물들은 고독한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작가가 지향하는 회복과 치유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장치들이다.

 


김재령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완전함을 쫓기보다는 불완전한 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강조했다. 멈춰 선 자리에서 발견하는 삶의 지속성과 내면의 회복이야말로 그가 예술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다.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 머무는 동안 타인의 속도에 쫓기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몸과 마음이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지는 따뜻한 위로이자 자기 성찰의 권유이기도 하다.

 

갤러리전의 이번 리뷰전은 신진 작가가 중견 작가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겪는 예술적 갈등과 성장을 대중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작가의 개인적인 고통이 예술이라는 필터를 거쳐 보편적인 삶의 철학으로 승화되는 과정은 이번 전시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다. 김재령 작가가 캔버스 위에 쌓아 올린 불완전한 존재들의 기록은 전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각자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하며 25일간의 여정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