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흉노 무덤군, 유네스코 세계유산행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30년간 몽골 현지에서 공들여 조사해온 흉노 귀족 무덤군이 인류 공통의 자산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부산에서 진행 중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몽골의 '흉노 귀족 무덤군'을 세계유산 목록에 새롭게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등재된 총 6개의 유적 가운데 '도르릭 나르스' 무덤군은 한국과 몽골 공동학술조사단이 발굴을 주도하며 그 실체를 세상에 알린 대표적인 유적이다. 한국의 국가 기관이 국경을 넘어 타국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연구해 세계유산 등재라는 결실을 보았다는 점에서 고고학계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도르릭 나르스 유적은 몽골 헨티 아이막에 자리 잡은 동부 지역 최대 규모의 흉노 무덤군으로 약 300기의 고분이 밀집해 있다. 1974년 처음 발견되었으나 기술적, 재정적 한계로 인해 수십 년간 방치되었던 이 유적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이 본격적인 발굴에 착수하면서 비로소 역사적 가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물관 측은 1997년부터 시작된 한몽 공동학술조사의 일환으로 총 24차례에 걸쳐 현지 조사를 수행했으며, 여기서 축적된 정밀한 데이터와 고고학적 성과가 이번 유네스코 심사 과정에서 등재를 확정 짓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발굴 과정에서는 흉노족의 화려한 생활상과 활발했던 대외 교류 흔적을 보여주는 희귀 유물들이 대거 출토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160호 무덤의 배장묘에서 발견된 사람 얼굴 모양의 은제 허리띠 장식은 유목 민족의 독특한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핵심 유물로 손꼽힌다. 이러한 형태의 장식은 몽골 동북부와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극히 드물게 확인되는 것으로, 도르릭 나르스 유적이 당시 북방 초원 지대에서 가졌던 정치적, 문화적 위상을 가늠케 한다. 이 외에도 청동 솥과 소뼈 등 당시의 제사 의례와 식문화를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 잇따라 확인되었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한국 고고학의 조사 역량이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매우 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단순히 발굴에만 그치지 않고 유물의 보존 처리와 분석 보고서 발간 등 전 과정에서 몽골 과학아카데미 및 국립박물관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이러한 장기적인 학술 파트너십은 자국 중심의 역사 연구를 넘어 인류사적 관점에서 북방 유목 문화의 기원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물관 관계자는 한국의 고고학적 성과가 세계유산 등재라는 최고 권위의 인정을 받게 되어 매우 뜻깊으며, 이는 양국 문화 협력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평했다.

 


현재도 도르릭 나르스 현지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조사단에 의한 추가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올해는 무덤의 핵심 구조물인 매장 주체부에 대한 정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흉노 귀족층의 묘제와 순장 풍습 등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해당 유적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진 만큼, 조사단은 더욱 엄격한 기준에 따라 발굴과 기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물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흉노 문화 연구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관련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도 몽골과의 공동 조사를 지속하며 북방 초원 문화와 한반도 고대 문화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흉노의 이동 경로와 문화적 영향력이 삼국시대 고분 문화에 미친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한국 고대사 연구의 외연을 넓히는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이번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학술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 고고학의 지평을 세계로 넓히고 국제 학술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행보에 문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